[옌볜 조선족자치주 60년]
때론 한민족, 때론 중국인으로… 미묘한 정체성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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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조선인인가, 중국인인가
“한국이 외국과 축구 경기를 하면?” “한국을 응원한다.” “그럼 한국과 중국이 대결하면?” “…….”
조선족과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젊은 층이라면 대다수가 중국을 응원한다고 대답한다. 성인들도 속내를 털어놓을 정도가 되면 “우리는 중국 국적”이라고 말한다. 물론 한국을 응원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경우라도 자신이 한민족이라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는다.
지난 1일 옌지(延吉)에 있는 옌볜조선족자치주 정부 건물. 웅장하게 신축한 신청사 내 모든 사무실 입구 문패는 한글과 한자가 병기돼 있었다. 그것도 한글이 먼저다. 자치주 내 다른 곳 건물 간판은 물론 공문서도 마찬가지다.
옌볜조선족의 정체성은 미묘하다. 우리말과 글에다 전통문화까지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는 동포이지만 때로는 한민족으로, 때로는 중국인으로 살아야 했다. 상황에 따라 북한에 가까운 ‘조선인’이기도 했고 남한에 기운 ‘한국인’이기도 했다.
19세기 중엽부터 광복 전까지 만주로 건너온 옌볜조선족은 벼농사를 시작했고 그 기술은 만주 모든 곳에 퍼져나갔다. 그러한 과정에는 한민족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6·25전쟁 때는 ‘항미원조(抗美援朝)’를 외치는 중공군과 함께 참전했다. 중국인이자 조선인이었던 셈이다. 옌볜조선족은 대부분 북한 지역 출신이라 그곳에 대한 향수가 상대적으로 진할 수 있다.
이들이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과 접촉하게 된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또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이들은 우리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 과정에서 조선족은 집단거주지를 떠나는 현상을 보였다.
중국 내 조선족 175만7300명 가운데 지린성(104만명), 헤이룽장성(32만7800명), 랴오닝성(24만명) 등 동북 3성에 살고 있는 조선족은 160만7800명이다. 전체의 91%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수교 이후 한국 기업 취업으로 산둥성, 상하이시 등 타지에 나가는 조선족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상당수는 ‘코리안 드림’을 위해 한국으로 떠났다. 동북 3성에서만 한국으로 떠난 조선족은 40만명(옌볜 20만명 포함)가량 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북 3성에서는 농촌 마을이 붕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족적 정체성을 지켜온 조선족 학교도 위기에 처했다. 조선족은 대학진학률이 월등하게 높고 문맹률은 전국 평균(22%)보다 훨씬 낮은 7%에 불과할 만큼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했던 데 비하면 안타까운 현실이다. 조선족이 떠난 뒤 조선족 학교에 한족이 와서 한글을 배우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시대 변천에 따라 옌볜조선족의 역할과 정체성은 바뀌어왔다. 옌볜에서 수십년 동안 살고 있는 한 한국인 기업인은 “그들을 있는 그대로 편하게 봐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국적을 갖고 있는 그들에게 한국 국민처럼 행동하기를 기대해서도, ‘그들은 중국 국민일 뿐’이라며 백안시해서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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