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록 물길 따라… 전통이 흐른다, 이야기가 흐른다
-
中國의 베니스-우전(烏鎭)
마을 이름의 까마귀(烏)처럼 검은 기와를 얹은 중국 전통 가옥들이 어깨를 다닥다닥 붙이고 물가에 늘어서 있다. 중심가(街) 격인 탁한 녹색의 물길 위로 사공이 노를 젓는 놀잇배가 흘러간다. 배가 지날 수 있도록 아치형을 그리는 다리가 곳곳에 놓여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괜히 '중국의 베니스'란 별명이 붙은 게 아니다.
◇물길을 낀 전통 마을
우전은 동쪽 마을과 서쪽 마을 두 구역으로 나뉜다. 울타리 책(柵) 자를 써서 각각 동책(東柵), 서책(西柵)이라고 부른다. 이 중 동책은 주민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 동네다. 물가에 늘어선 건물들 뒤쪽으로 좁은 골목길이 물길과 평행하게 이어지는데, 이 길을 걷다 보면 양옆의 집에서 한가하게 뜨개질을 하는 할머니나 TV 앞에 모여 앉은 가족을 볼 수 있다. 골목을 가로질러 건 줄이나 창문 주변엔 빨래가 널려 있다.
곳곳에서 중국의 전통적인 삶의 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삼백주방'은 우전의 전통 술 삼백주(三白酒)를 빚는 양조장이다. 여기 솥은 뚜껑을 네 명이 함께 들 정도로 크다. 김이 새지 않도록 뚜껑 가장자리에 밀가루 반죽을 붙여 가며 실제로 술을 만든다. 마당에는 술독을 줄 세워 늘어놓았다. 기념품 매대 옆에서 알코올 도수 50도가 넘는 삼백주를 시음할 수 있다.
'홍원태염방'에서는 옷감에 푸른 물을 들이는 남염(藍染)을 한다. 작업장으로 쓰는 건물보다도 높게 장대를 세우고 무늬며 빛깔이 조금씩 다른 푸른 천을 걸어 말린다. 길게 늘어진 천이 하늘거릴 때마다 바람 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마을 입구에 있는 다리 쌍교(雙橋)에서 천천히 30분 정도 걸어 반대쪽 끝에 다다랐다. 중국의 문호 마오둔(茅盾·1896∼1981)의 생가가 나타났다. 마당에 들어서니 마오둔의 흉상이 반긴다.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어 가는 방문객의 손길에 어깨가 반질반질 닳았다. 마오둔의 연보(年譜)를 사진과 함께 전시하고 있다. 손때 묻은 라디오 같은 유품도 볼 수 있다.
- 우전은 베이징과 항저우를 잇는 경항대운하에서 갈라져 나온 물길을 끼고 있다. 서책을 가로지르는‘서시하(西市河)’위로 유람선이 미끄러지듯 지나가고 있다.
- 동책의 양조장 삼백주방 마당에 가지런히 세워놓은 술독들. 회색 벽과 함께 무채색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서책은 동책과 달리 마을 전체를 하나의 관광단지로 개발한 곳이다. 중국요릿집부터 이탈리아 식당, 바, 카페가 모여 있어 먹고 마실 거리가 다양하다. 필방, 약국, 빵집, 수퍼마켓, 마사지숍 등도 있다. 간단한 영어는 통하지만, 중국어를 모른다면 가게를 이용할 때 한자를 잘 보고 뜻을 짐작하거나 '보디 랭귀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더위를 피해 카페에 들어가 "콜드(차가운) 커피"를 주문했더니 따끈한 카푸치노를 내왔다.
오후 6시(여름철 기준)까지만 개방하는 동책과 달리 여기선 숙박이 가능하다. '객잔(客殘)'이라는 간판을 내건 민박집부터 옛 부잣집을 개조해 만든 호텔까지 있다. 호텔은 업소별로 예약을 받지만, 민박은 일괄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길가에 있는 별도 사무실에서 체크인을 한다. 민박 요금은 우리 돈으로 3만∼10만원 선이다. 무협영화의 객잔을 연상시키는 겉모습만 보면 마룻바닥이 삐걱거리는 낡은 방일 것 같지만 깨끗한 현대식 숙소다. 방 안에서는 물론이고 거리에서도 무료 와이파이가 잡힌다.
전통혼례 의상부터 붉은 종이에 쓴 옛 청첩장까지 모아 놓은 결혼 전시관, 어린이 신발처럼 작은 신을 모아 놓은 전족 전시관, 장을 담그는 작업장 등이 볼거리다. 마을 뒤편으로 가면 연꽃이 피는 습지가 펼쳐지고, 내려다본 모습이 용을 닮았다는 밭 '용형전(龍形田)' 사이를 거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의 진면목은 밤에 드러난다. 어두워지면 물가에 늘어선 건물에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색색의 조명이 물빛과 어우러져 환상적 야경을 빚어낸다. 물가 테이블에 모여 앉은 사람들의 이야기소리와 웃음소리, 식당 주방에서 들려오는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정겹다.
밤 11시쯤 되자 흥겹고 떠들썩한 분위기가 약간 잦아들었다. 물가를 뒤로하고 골목길로 들어서니 다른 세상처럼 조용하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 아쉬운 마음에 돌아보니 환하게 불을 밝힌 돌다리와 누각이 색색의 그림자를 물 위에 드리우고 있었다.
●우전은 상하이에서 승용차로 2시간쯤 걸린다. 상하이 남(南)버스터미널에서 우전행 버스가 있다. 동·서책 입구 사이는 걸어서 15분쯤. 무료 셔틀버스 운행.
●동·서책은 입장료를 받는다. 동책이 100위안(약 1만8000원), 서책이 120위안이다. 두 마을에 다 들어가는 통합 입장권은 150위안. 입장권을 보여주면 마을 내부의 전시관에서는 별도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www.wuzhen.com.cn
'떠오르는 중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수공예품 - 중국결 (中国结) (0) | 2012.07.01 |
---|---|
中국방부, 베트남機 남중국해 정찰에 강력경고 (0) | 2012.06.29 |
중국, 유인우주선 수동 도킹, 7,000미터 심해탐사 나란히 성공 (0) | 2012.06.25 |
중국, 선저우 9호.톈궁 1호 도킹 성공 (0) | 2012.06.19 |
21세기 마지막 금성일식 우주쇼 (0) | 2012.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