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중국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아람누리 2013. 1. 5. 17:44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December 26, 2012 



둘 중 어느 것을 먹을까를 두고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봤을 것이다. 면(麵) 앞에서 우리는 항상 선택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고민 끝에 짜장면을 골랐다고 하더라도 막상 음식이 나오니 친구의 짬뽕이 더 맛있어 보일 때, 짜장면을 주문한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오기 마련이다. 세계인의 식탁에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음식, 면(麵). 그 기원은 약 4000년 전 중국 칭하이성(靑海省) 황하(黃河) 유역의 라자유적에서 시작되었다. 중국에서 시작된 면 문화는 중국을 넘어 동아시아 전역으로 전해졌다. 한국, 일본, 베트남까지 면을 즐겨 찾는 습관은 이들 나라의 공통된 젓가락 문화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중국의 면 문화는 그 조리 방법과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보통 중국의 면 요리 방식은 크게 다섯 종류로 나뉜다. 뜨거운 물에 삶은 국수를 넣은 탕면(湯麵), 다양한 재료와 함께 볶은 초면(炒麵), 차가운 소스로 버무린 양반면(凉伴麵), 국물에 넣어 끓이는 외면(煨麵), 국수를 삶거나 쪄서 기름에 튀긴 작면(炸麵)이 바로 그것이다. 이 다섯 가지 조리 방식에 따라 중국 면 요리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중국인들로부터 사랑 받는 대표적인  면 요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① 베이징 짜장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짜장면은 베이징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 중 하나이다. 무더운 여름날 점심이나 저녁 식사시간을 전후로 베이징의 후통(胡同)을 걷다 보면, 마당이나 대문 앞에 삼삼오오 모인 베이징 사람들이 이웃과 담소를 나누며 짜장면을 먹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베이징 사람들이 좋아하는 짜장면의 유래는 시안(西安)에 있다. 1900년 청나라 때의 일이다. 서양의 8개국 연합군의 침공으로 베이징이 점령당하자 광서제와 서태후는 이들의 공격을 피해 시안으로 피난을 가게 된다. 고된 피난길에 배고프고 지쳐있던 그들은 시안의 난지에(南街)를 지나던 중 맛있는 짜장면 냄새에 발길을 멈추게 된다. 처음으로 맛본 짜장면 맛에 반한 서태후는 훗날 베이징으로 환궁한 후에도 짜장면을 맛을 잊지 못하고 짜장면을 요리했던 요리사를 베이징으로 불러들인다. 그 후 짜장면은 베이징 사람들이 사시사철 즐겨먹는 음식이 되었다.



하지만 베이징의 짜장면은 한국의 짜장면과는 모습부터 다르다. 중국의 짜장면은 삶아낸 면 위에 춘장, 숙주나물, 오이, 완두콩 등 여러 재료를 곁들여 비벼 먹는다. 한국의 짜장면이 달다면 중국의 짜장면은 짠맛이 강하고 중국 특유의 향신료 맛도 강하다. 이에 반해 한국의 짜장면은 춘장을 볶다 물을 넣어 짠맛을 연하게 풀어주어 전체적으로 단맛이 나게끔 만든다.

② 샨시(山西) 따오샤오면(刀削面)

샨시성(山西省)과 면 요리는 약 2000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해왔다. 그 세월을 반영하듯 샨시성은 중국에서도 면 요리로 유명한 곳이다. 그 중에서 ‘면(麵)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따오샤오면은 샨시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면 요리다. 따오샤오면의 유래는 약 8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3세기 중국을 점령하고 원나라를 세운 몽골인은 한족의 반란을 막기 위해 집집마다 모든 동과 철을 압수했다. 10가구가 하나의 식칼을 사용하게 했고, 음식을 다 만든 후에는 칼을 다시 관청에 반납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노부부는 면을 만들기 위한 칼이 필요했지만, 이미 다른 집에서 사용 중이었다. 칼을 대용할만한 것을 찾던 할아버지는 창고에서 쇳조각을 발견하게 된다. 할아버지는 밀가루 반죽을 손에 쥐고 쇳조각으로 반죽을 깎듯이 썰어 가마에 던져 넣었다. 그 맛은 보통 면 요리보다 더 훌륭했다. 후에도 노부부는 칼 대신 쇳조각을 이용해 면 요리를 만들었다. 따오샤오면의 맛은 입 소문을 타고 세상에 알려졌고, 오늘날 샨시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따오샤오면을 만들 때에도 보통 부엌칼이 아닌 특수한 호(弧)모양의 칼이 사용된다. 요리사가 반죽을 깎아 낼 때는 한 손에 반죽을 들고, 다른 한 손은 칼로 반죽을 깎아낸다. 깎아 낸 면은 바로 가마에 던져진다. 따오샤오면의 장인은 1분에 200개의 면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따오샤오면은 토마토, 볶은 고기, 양고기, 목이버섯, 달걀등과 함께 곁들여 먹는 게 일반적이다. 여기에 약간의 식초를 곁들인다면 보다 맛있는 따오샤오면을 맛 볼 수 있다.


③ 쓰촨 딴딴면(四川 擔擔麵)
쓰촨성의 별미로 꼽히는 딴딴면은 최근에 한국 내(內) 중국 음식점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는 중국의 대중적인 요리이다.



딴딴면(擔擔麵)은 중국어 발음으로 이를 한국식으로 읽으면 ‘담담면’이 된다. 여기에서 ‘담’은 멜 담(擔)자로 ‘짐을 짊어지다’라는 뜻으로, 중국에서는 딴(担)이라 읽는다. ‘짊어지다’라는 뜻의 담(擔) 자를 가진 딴딴면의 유래는 그 이름 속에 그대로 담겨있다.

천빠오빠오(陳寶寶)라는 행상꾼이 멜대를 짊어지고 멜대의 한쪽에는 국수와 고기, 채소, 생강, 간장, 파 등의 여러 재료를 넣은 통을 매달고, 다른 한쪽에는 화로와 찜통을 짊어지고 다니며 길거리에서 팔았다는 대서 유래되어 딴딴면이라 불리게 되었다.

중국인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딴딴면만의 독특한 맛은 바로 소스에 있다. 고추, 쓰촨 후추, 간장, 참깨, 양파, 마늘 그리고 다진 돼지고기 등을 넣은 자극적인 양념과 부드럽고 쫄깃한 면의 조화가 일품이다. 딴딴면은 본래 국물 없이 비벼 먹는 면 요리였으나, 그 맛이 일본까지 전해지면서 국물이 있는 형태로 점차 바뀌게 되었다.

과거 행상꾼들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통을 어깨에 매고, 흡사 한국에서 찹쌀떡과 메밀묵을 팔던 모습으로, “딴딴면이요”를 외치던 모습은 이제 많이 사라지고, 딴딴면은 식당에서나 맛 볼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하지만 주방에서 갓 나온 딴딴면은 그 냄새만으로도 여전히 수많은 중국인들의 침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④ 후베이 러깐면 (湖北 熱干麵)
러까면은 우한(武漢)의 전통 음식으로 우연한 계기로 리바오(李寶)라는 국수장수에 의해서 탄생한 요리다. 지금은 우한을 넘어 전국각지의 중국인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인 면요리 중 하나이다.



우한에서 탕면(湯麵)을 팔며 생계를 꾸려나가던 리바오는 어느 날 유난히 장사가 되지 않아, 많은 양의 면을 팔지 못하고 모두 버릴 위기에 처했다. 그는 고민 끝에 남은 면을 모두 삶은 후 테이블 위에 놓고 건조시키기로 했다. 그러던 중 실수로 마유(麻油)통을 면 위에 쏟았고, 그는 하는 수없이 다음 날까지 그대로 두었다. 다음날 그는 어제 밤 마유를 쏟은 면을 삶고, 양념을 한 후 맛을 보니 전에 맛보지 못한 좋은 향이 풍기는 맛있는 면요리가 되었다. 리바오의 음식 냄새는 많은 손님을 끌어 모았고, 많은 사람들이 음식 이름을 묻자 그는 별 고민 없이 건조시킨 뜨거운 면 즉, 러깐면(熱干麵)이라 답했다.

중국에서 러깐면으로 가장 유명한 음식점은 차이린지(蔡林記)이다. 지금도 차이린지에서는 하루 전날 미리 면을 삶고, 평평한 곳에 건조시키는 리바오의 방식 그대로 러깐면을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산해진미가 넘쳐나는 대륙의 입맛을 사로잡은 중국의 면요리를 살펴보았다. 중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중국의 면요리 하나쯤은 맛보고 돌아오는 건 어떨까?
                                                                              유지선 기자